오늘날 “동충하초 (冬蟲夏草)”란 이름이 우리에게 크게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가 동충하초를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졌으며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동충하초는 사실상 동충하초균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겨울엔 곤충의 형태를 유지하고 여름엔 식물처럼 꽃이 피어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곤충은 동충하초균의 양분이 되는 기주체(host) 일 뿐이고 자실체(자좌)를 형성하는 것은 균류이며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동충하초의 학명인 Cordyceps의 어원은 곤봉(club)을 뜻하는 라틴어 ‘cord-‘와 머리(head)를 뜻하는 라틴어 ‘-ceps‘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동충 하초의 자실체 모양에서 이름 붙여졌다.

 

붉은자루동충하초 : Cordyceps pruinosa Petch
동충하초균은 자낭 (ascus)이라고 불리는 기관에 8개의 포자를 형성하는 특징을 가지며 자낭균문 (Ascomycota)에 속하는 대표적인 기생버섯균이다. 동충하초속에는 400여종 이상의 균이 분류되어 있다. 최근 분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충 하초균은 동충하초속 (Cordyceps), 포식동충하초속 (Ophiocordyceps), 고무동충하초속 (Metacordyceps) 그리고 균핵동충하초속(Elphocordyceps) 등으로 세분화 되었다.
긴뿌리포식동충하초 : Ophiocordyceps longissima (Kobayasi) G.H. Sung, J.M. Sung,Hywel-Jones & Spatafora동충하초균은 딱정벌레류, 개미류, 잠자리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곤충이나 거미류, 땅속의 곤충 번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넓은 기주 범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동충하초균은 어떻게 번식을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버섯은 균사로 양분을 흡수하여 생장을 하고 온도, 습도 등의 발생 조건이 갖추어지면 자실체를 만들어 낸다. 자실체는 성숙 후 주름살이나 관공 등의 자실층에서 열매의 씨앗과 같은 포자를 만들어 내는데 이 포자는 주로 바람에 실려 퍼져 나가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많은 포자들이 하나의 자실체에서 만들어지며 포자를 퍼뜨린 자실체는 생을 마감하지만 퍼져나간 포자가 발아하여 균사생장을 하고 다시 자실체를 형성하는 생활사를 반복한다. 하지만 동충하초균의 번식은 조금 다르다. 동충하초의 자실체 외부에 형성된 포자는 바람에 날리거나 직접 접촉을 통해 기주 (곤충, 거미 등)의 몸에 붙게 된다. 기주에 부착한 포자는 발아 후 곤충의 외벽을 뚫는 특정효소를 이용하여 체내에 침투하게 된다. 체내에 침투한 균사는 서서히 생장을 시작하고 이와 함께 곤충은 서서히 죽어간다.

노린재포식동충하초 : Ophiocordyceps nutans (Pat.) G.H. Sung, J.M. Sung, Hywel-Jones & Spatafora최근 해외의 연구에서 특정 균이 개미에 기생하여 기주를 죽게 한 후 죽은 개미의 뇌를 조종한다는 일명 ‘좀비개미’의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이 좀비개미는 포식동충하초속 (Ophiocordyceps)에 속하는 한 균에 감염된 것으로 개미가 죽은 상태에서 뇌를 조종당하여 균류의 포자 번식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한 것이다. 이렇듯 곤충에게 있어서 동충하초균은 매우 위험한 생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동충하초균은 자연계에서 곤충의 밀도를 조절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생물이다.

동충하초에 관한 국내의 연구는 1997년부터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현재는 식품보조제에서 비누, 차, 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고, 새로운 약리 효과의 검정에 관한 연구 등에서 사람의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곤충에게 치명적인 이 균류의 특성을 이용하여 해충의 화학적 방제가 아닌 생물적 방제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 예로 동충하초균과 비슷한 생태적 특성을 가진 백강균 (Beuveria bassiana)이 해충에 대한 생물적 방제 제제로 실용화된 상태이며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백강균 : Beauveria bassiana (Bals.-Criv.) Vuill.
광대버섯류, 그물버섯류, 주름버섯류 등과 같이 큰 자실체를 형성하는 버섯은 우리가 산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지만 동 충하초균은 이에 비하여 매우 작은 자실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습기가 많은 계곡 주변의 낙엽 위나 이끼 사이로 붉거나 노란 곤봉모양의 작은 물체가 주변을 염탐하듯 빼꼼히 올라와 있다면 지나치지 말고 조용히 다가가 보자. 동충하초균이 인체에 감염된 사례는 없으니 안심하고 즐거운 만남을 가져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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